별 거 아닌 사소한 일로 바군에게 짜증을 너무 자주 내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한 달 전 일이던, 일주일 전 일이던, 10분 전 일이던.
바군에게 미안한 일이 생각날 때마다 "미안하다." 고 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이었다.
이미 엎지른 물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엎질러진 물을 닦기라도 해야하니까.
바군은 내가 나중에라도 "저번에 내가 ~~~했던 거 너무 미안해.." 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다고 했다.
그 일로 본인도 속상하고 슬펐지만, 내가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순간부터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버린다고 했다.
어제도 같이 집을 청소하다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짜증이 확 나서,
나보다 더 열심히 청소하다가 잠깐 일보러 밖에 나간 바군을 찾아 나섰다.
바군도 내가 신경쓰였는지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고, 날 보자마자 바로 뛰어왔다.
그런 바군에게 나는 있는대로 짜증을 내고, 바군은 미안하다며 바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내 짜증의 원인은 바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분이 지났을까?
양반다리가 익숙하지 않아 좌식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어려워하는 바군이 아직까지도 무릎 꿇고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더 잘해주라는, 마치 예수님만이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그 말이 어쩌면 정말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짜증 낸 사람은 난데, 오히려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본인이 혼자 처리하겠다며 청소하는 바군의 그런 모습이 내 지난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 "내가 짜증내면 넌 무슨 생각이 들어?"
👱🏻♂️ "그냥 빨리 네 기분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 "내가 어이없는 이유로 짜증내면 너는 화 안나?"
👱🏻♂️ "응. 화 안나. 너는 마음 가라앉고 나면 나에게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얘기 하잖아. 그러니까 그 당시엔 내가 너 마음 가라앉게 최선을 다하면 돼."
👩🏻 "나는 왜 너에게만 짜증을 이렇게 자주 낼까?"
👱🏻♂️ "글쎄.. 이전엔 어떻게 해결했었어?"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전에는 내가 짜증이 나서 짜증을 내면 상대방도 짜증을 내고, 그럼 그 짜증이 싸움이 되고,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 서운함을 느끼고, 또 다른 짜증을 낼 이유 혹은 또 싸울 이유가 생겼다. 별 거 아닌 사소함이 큰 싸움으로, 그렇게 이별까지도 끌고갔다.
하지만 지금 나와 바군은,
내가 짜증이 나서 짜증을 내면 바군은 내 기분을 풀어준다. 그럼 그 짜증이 싸움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가라앉고, 오히려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 지 되돌아보게 되며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내가 더 노력해야지, 더 잘해줘야지, 다짐하게 만든다.
내 짜증의 원인은 나였다는 것을 언제나 뒤늦게 깨닫게 된다.
👩🏻 "그냥 너에게 미안해. 너는 훨씬 좋은 대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데 내 짜증이나 듣고 있고.."
내가 내는 짜증을 다 받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내 기분을 풀어주는 바군을 보며,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나에겐 너무 과분한 사람인데.
그러니까. 내가 그만큼 더 잘해줘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실수투성이의 사람인지라 '짜증내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먹어도 금새 짜증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미친듯이 미워하는 사람도 갑자기 나한테 잘 해주면 괜시리 미안해지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러니 정말 너무너무 미안했다.
👱🏻♂️ "너는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야. 네가 나에게 주는 행복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생각 안 해도 돼."
불편했던 내 마음을 금새 녹여준 바군의 이 한 마디가 참 고마웠다.
합리화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 남자가 이렇게나 멋진 사람이라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더 나아가 그렇게 멋진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인 나도 멋진 사람인 것이라는 것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겁나게 멋진 내 사람에게 어울리는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는 더더욱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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