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 : 국제커플이야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말자

노르웨이펭귄🐧 2018. 7. 16. 19:28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해서 신혼집에 놀러갔었던 적이 있었다.

친구랑 친구 남편이랑 같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안주 없이 가볍게 술 한 잔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뭐 간단하게 시켜먹을까? 얘기가 나와서 메뉴에 대해 논의하다가

친구 남편이 "냉장고에 소고기 조금 남은 거랑 숙주 있는데 굴소스 해서 볶아서 간단하게 안주할까?" 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보고 속으로 '내 친구가 괜찮은 사람을 만났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내 친구가 피곤하거나 아플 때면 남편이 많이 도와주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나도 최소한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는 남편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결혼을 할 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미래의 남편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첫째는 명절에 시댁, 친정 공평하게 방문하기.

둘째는 집안일 나눠서 하기.



이 두 가지였는데, 물론 더 오래 살아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바군을 봤을 땐 내가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남자다.



한국의 큰 명절이 딱 두 번인데 어떻게 그 두 번 모두 한 쪽 부모님 댁만 갈 수 있냐며, 그럼 딸만 있는 부모는 명절에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거냐며 이에 대해 나보다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큰 명절인 독립기념일(5월 17일), 부활절, 크리스마스&새해 에는 가족들과 항상 함께하는데, 남편, 아내 쪽의 가족을 번갈아가며 방문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작년 크리스마스 기간에 바군의 모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인 날은 하루도 없었지만 각자 시간이 될 때 맞춰서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물론 우리는 명절에 시댁을 가든 친정을 가든 이걸 따질 수 있는 그런 커플이 아니니까... 논점에서 제외되지만 만약 바군이 한국사람이었다고 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점에서 참 감사하다.



그리고 집안일에 대해서는, 나와 바군은 나눠서 한다기보다는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리부분에서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바군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여자친구를 위해, 노르웨이 남자친구가 노르웨이에서 한국 요리를 한다.


내가 바랐던 것은 최소한 냉장고에 뭐가 있는 지 정도는 아는 남자였는데, 이 남자는 냉장고에 뭐가 있는 지 나보다 더 잘 알고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최근들어 같이 김장을 하다가 너무 귀찮고 하기 싫은 기분이 들었던 것, 그리고 새우 손질한다고 새우 똥 빼다가 내가 왜 이걸 20분동안 하고 있는지 짜증이 났던 것이 생각나서 마음을 다잡고자 끄적인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