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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의 문화차이 : 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때문에 울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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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이 문화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거나,
서로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라고 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나랑 바군은 문화차이로 인해 싸운 적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차이를 못 느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국제연애를 하다보면 문화차이가 정말 엄청나다.
문화차이로 인해 다투고말고에 대한 것은 각자 그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한국과 노르웨이의 문화차이는 분명 엄청나게 많지만,
우리가 큰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이유는 그 "다름"을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귀자"라고 말하지 않고 연애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유럽 연애문화와
"사귀자"라고 말하고 "그래"라고 대답이 이루어져야 연애를 시작하는 한국 연애문화.
이 부분에 대해서 나와 바군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누군가 한 명이 사귀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바군 또한 내가 "우리가 그럼 사귀는 사이인거야?"라고 물어봤을 때,
이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잘 맞춰가는 듯 했던 우리 커플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으니.
바로 한국의 "빨리빨리"와 노르웨이의 "여어어~~유우우우"가 부딪혔을 때이다.
지금 생각해도 열불나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덜 열불난다.
아마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과정이라는 뜻이겠지. ![]()
그 사건은 바야흐로 1년 전, 작년 여름에 내가 바군과 함께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을 때였다.
< 오늘도 알바간 바군 ㅠㅠ 벌써 보고싶다. ㅠㅠ >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바로 나를 울렸던 그 요인이!!!
지금도 바군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장소이기 때문이다. ![]()
작년 여름,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커플휴가를 가기로 했고,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저렴한 가격에 남부 유럽 휴양지 에어텔 상품이
자주 올라오니까 날짜만 정하면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놈의 "날짜만 정하면" 부분이었다.
당시 막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아르바이트 채용이 결정되었던 바군.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 지를 알려줘야하는데... 1주일 넘게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렇다.
노르웨이는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실천하는 나라였다.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서 온 나는, 이 느림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롱디를 시작해야하는 우리에게, 마냥 기다리고 있는 이 시간이 아까워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노르웨이 남자놈(미안 바군)은 말로는 본인도 짜증나고 답답하다는데,
전혀 짜증안나보이고 전혀 안답답해보였다.
그 모습이 나를 더 열불나게 만들었다..ㅠㅠ
"너는 너가 언제 일을 시작해야하는지 안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나."
"그럼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너 언제부터 일 시작하는 건지 알려달라고."
"그 사람이 연락준다고 했으면 그걸 기다려야해. 내가 먼저 전화하는 상황은 굉장히 이상해."
"내가 2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그럼 우리가 휴가를 못 갈 수도 있다는 거네?"
"기다려보자."
아악!!!!!! 그놈의 "We will see"........
내가 연락왔냐고 물어볼 때마다 저 레파토리는 반복이었다........
나의 보챔에 결국 바군은
"내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전화해볼게."
라는 답을 했고, 여유로운 나라 노르웨이의 아르바이트 직장에서는 내일이 되어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합격했다고 연락을 받은 지 2주일도 더 지난 때였다.
바군은 전화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지만, 나에게 미안하니까 결국 전화했다.
더 대박이었던 것은 그 결과이다.
"뭐래? 언제부터 시작이래?"
"좀 더 기다리래. 아직 근무표가 안나왔대."
"악!!!!!!!!!!!!"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근무표를 받을 거라는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최소한 언제까지 근무표를 보내주겠다. 는 대답은 들을 줄 알았다.
이게 진정한 문화차이인건가... 나중에 바군이 노르웨이에서 살자고 하면 어떡하지...
화병나서 죽는 거 아닌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이후에는 정말 그냥 기다림이었다.
바군은 이미 한 번 전화를 했으니, 또 전화를 하는 것은 정말 원하지 않아했고,
사실 나도 또 전화를 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 날 입이 대빨나와서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고 바군은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바군이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나도 정말 짜증나고 답답해.
너랑 같이 휴가가고 싶은데 지금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나. 미안해."
바군에게 이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났다.
내 남자친구라고 여자친구랑 같이 휴가 안 가고 싶을까.
롱디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남자친구인데 나 한국 가기 전에 당연히 좋은 추억 만들고 싶을텐데.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내 맘대로 바꿔보려고 바군을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바군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원래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고, 익숙해져있던 것이다.
노르웨이가 아닌 다른 문화에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여기에 와서 내 입맛에 맞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은 정말 아무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바군이 나에게 미안해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우리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내가 우리 둘 다를 힘들게 만든 것 같았다.
그 때 그렇게 펑펑 울면서 미안하다고 네 잘못 아닌거 안다고,
그냥 우리가 휴가 못 갈까 봐 속상해서 그런거라고 얘기하면서 첫 위기상황을 잘 풀어냈다.
그렇게 그냥 기다렸고, 아르바이트 채용 후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첫 근무 날자가 정해져나왔다. 우린 급하게 비행기티켓을 찾아 라트비아로 맥주여행을 떠났다.
+
이 이후에 노르웨이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노르웨이남자와 연애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이 나라는 "빨리빨리" 가 아니라 "준비되면"인 나라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인인 나는 지금! 빨리! 당장! 의 답변이 중요하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전화를 하는데
(나는 다산콜센터 애용자다.ㅋㅋㅋ)
바군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 답장 올 지 모르는 이메일을 보내 놓는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이해가 안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 전화를 해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는 대답과 함께 답변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군은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싫다고 했다.
본인이 궁금한 것을 바로 이메일로 물어보고, 그들이 확인 후에 맞는 답변을 알아서 찾아 답장하면,
바군이 시간 날 때 그 이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이 더 좋다고 했다.
각자 우리가 겪어온 궁금증 해결방법이 달랐을 뿐이었다.
지금도,
결혼준비를 하며 각자 나라의 대사관에 궁금한 것이 있어 문의를 할 때
나는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지만, 바군은 대사관에 이메일을 보낸다.
바군이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은
50%가 전화, 50%가 이메일로 온다.
서류접수기간 언제부터 언제까지, 면접은 몇 번, 각 면접날짜 언제, 최종합격 발표 언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는 한국의 취업형태와는 다르게,
노르웨이 취업은 면접은 몇 번인지도 모른 채로 매번 면접에 임한다.
그 면접을 잘 보면 합격 연락이 오고, 다음 면접이 있으면 일정을 안내받는다.
연락이 안오면 그냥 탈락한 것이다.
차라리 언제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탈락임! 라고라도 알려주면 좋은데,
여기는 그냥 마냥 기다림이다....... 살다보면 연락이 온다.;
실제로 바군이 2개월 전에 이력서 넣은 곳에서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온 적도 있다.
그런 회사가 한 두 곳이 아니라서 난 문화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군과 함께 기다리며 응원하는 것.
그것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이제는 받아들이고 응원하고 있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차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롸잇나우!! 를 중시하던 나로서는 참 힘든 문화차이였다.
그냥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거기에 언어차이에 문화차이까지 있으니 국제연애는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에 언어차이와 문화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너임을 알고, 너를 사랑하는 나임을 서로 잘 알기에.
앞으로도 잘 풀어가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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