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 : 국제커플이야기

국제커플 문화차이 : 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때문에 울었던 날.

노르웨이펭귄🐧 2018. 6.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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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의 문화차이 : 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때문에 울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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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커플이 문화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거나,

서로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라고 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나랑 바군은 문화차이로 인해 싸운 적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차이를 못 느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국제연애를 하다보면 문화차이가 정말 엄청나다.


문화차이로 인해 다투고말고에 대한 것은 각자 그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한국과 노르웨이의 문화차이는 분명 엄청나게 많지만,

우리가 큰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이유는 그 "다름"을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귀자"라고 말하지 않고 연애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유럽 연애문화

"사귀자"라고 말하고 "그래"라고 대답이 이루어져야 연애를 시작하는 한국 연애문화.



이 부분에 대해서 나와 바군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누군가 한 명이 사귀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바군 또한 내가 "우리가 그럼 사귀는 사이인거야?"라고 물어봤을 때,

이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잘 맞춰가는 듯 했던 우리 커플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으니.

바로 한국의 "빨리빨리" 노르웨이의 "여어어~~유우우우"가 부딪혔을 때이다.





지금 생각해도 열불나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덜 열불난다.

아마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과정이라는 뜻이겠지. 







그 사건은 바야흐로 1년 전, 작년 여름에 내가 바군과 함께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을 때였다.






< 오늘도 알바간 바군 ㅠㅠ 벌써 보고싶다. ㅠㅠ >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바로 나를 울렸던 그 요인이!!!

지금도 바군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장소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커플휴가를 가기로 했고,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저렴한 가격에 남부 유럽 휴양지 에어텔 상품이

자주 올라오니까 날짜만 정하면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놈의 "날짜만 정하면" 부분이었다.




당시 막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아르바이트 채용이 결정되었던 바군.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 지를 알려줘야하는데... 1주일 넘게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렇다.

노르웨이는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실천하는 나라였다.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서 온 나는, 이 느림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롱디를 시작해야하는 우리에게, 마냥 기다리고 있는 이 시간이 아까워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노르웨이 남자놈(미안 바군)은 말로는 본인도 짜증나고 답답하다는데,

전혀 짜증안나보이고 전혀 안답답해보였다.


그 모습이 나를 더 열불나게 만들었다..ㅠㅠ






"너는 너가 언제 일을 시작해야하는지 안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나."



"그럼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너 언제부터 일 시작하는 건지 알려달라고."



"그 사람이 연락준다고 했으면 그걸 기다려야해. 내가 먼저 전화하는 상황은 굉장히 이상해."



"내가 2주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그럼 우리가 휴가를 못 갈 수도 있다는 거네?"



"기다려보자."




아악!!!!!! 그놈의 "We will see"........

내가 연락왔냐고 물어볼 때마다 저 레파토리는 반복이었다........



나의 보챔에 결국 바군은


"내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전화해볼게."



라는 답을 했고, 여유로운 나라 노르웨이의 아르바이트 직장에서는 내일이 되어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합격했다고 연락을 받은 지 2주일도 더 지난 때였다.

바군은 전화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지만, 나에게 미안하니까 결국 전화했다.


더 대박이었던 것은 그 결과이다.




"뭐래? 언제부터 시작이래?"



"좀 더 기다리래. 아직 근무표가 안나왔대."



"악!!!!!!!!!!!!"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근무표를 받을 거라는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최소한 언제까지 근무표를 보내주겠다. 는 대답은 들을 줄 알았다.


이게 진정한 문화차이인건가... 나중에 바군이 노르웨이에서 살자고 하면 어떡하지...

화병나서 죽는 거 아닌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이후에는 정말 그냥 기다림이었다.

바군은 이미 한 번 전화를 했으니, 또 전화를 하는 것은 정말 원하지 않아했고,

사실 나도 또 전화를 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 날 입이 대빨나와서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고 바군은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바군이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나도 정말 짜증나고 답답해.

너랑 같이 휴가가고 싶은데 지금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나. 미안해."



바군에게 이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났다.



내 남자친구라고 여자친구랑 같이 휴가 안 가고 싶을까.

롱디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남자친구인데 나 한국 가기 전에 당연히 좋은 추억 만들고 싶을텐데.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내 맘대로 바꿔보려고 바군을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바군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원래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고, 익숙해져있던 것이다.


노르웨이가 아닌 다른 문화에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여기에 와서 내 입맛에 맞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것은 정말 아무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바군이 나에게 미안해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우리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내가 우리 둘 다를 힘들게 만든 것 같았다.




그 때 그렇게 펑펑 울면서 미안하다고 네 잘못 아닌거 안다고,

그냥 우리가 휴가 못 갈까 봐 속상해서 그런거라고 얘기하면서 첫 위기상황을 잘 풀어냈다.





그렇게 그냥 기다렸고, 아르바이트 채용 후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첫 근무 날자가 정해져나왔다. 우린 급하게 비행기티켓을 찾아 라트비아로 맥주여행을 떠났다. 










+




이 이후에 노르웨이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노르웨이남자와 연애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이 나라는 "빨리빨리" 가 아니라 "준비되면"인 나라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인인 나는 지금! 빨리! 당장! 의 답변이 중요하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전화를 하는데

(나는 다산콜센터 애용자다.ㅋㅋㅋ)

바군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 답장 올 지 모르는 이메일을 보내 놓는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이해가 안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 전화를 해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는 대답과 함께 답변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군은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싫다고 했다.

본인이 궁금한 것을 바로 이메일로 물어보고, 그들이 확인 후에 맞는 답변을 알아서 찾아 답장하면,

바군이 시간 날 때 그 이메일을 확인하는 방법이 더 좋다고 했다.




각자 우리가 겪어온 궁금증 해결방법이 달랐을 뿐이었다.







지금도,


결혼준비를 하며 각자 나라의 대사관에 궁금한 것이 있어 문의를 할 때

나는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지만, 바군은 대사관에 이메일을 보낸다.


바군이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보러 오라는 연락은

50%가 전화, 50%가 이메일로 온다.





서류접수기간 언제부터 언제까지, 면접은 몇 번, 각 면접날짜 언제, 최종합격 발표 언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는 한국의 취업형태와는 다르게,


노르웨이 취업은 면접은 몇 번인지도 모른 채로 매번 면접에 임한다.

그 면접을 잘 보면 합격 연락이 오고, 다음 면접이 있으면 일정을 안내받는다.

연락이 안오면 그냥 탈락한 것이다.


차라리 언제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탈락임! 라고라도 알려주면 좋은데,

여기는 그냥 마냥 기다림이다....... 살다보면 연락이 온다.;




실제로 바군이 2개월 전에 이력서 넣은 곳에서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온 적도 있다.

그런 회사가 한 두 곳이 아니라서 난 문화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군과 함께 기다리며 응원하는 것.

그것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이제는 받아들이고 응원하고 있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차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롸잇나우!! 를 중시하던 나로서는 참 힘든 문화차이였다.






그냥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거기에 언어차이에 문화차이까지 있으니 국제연애는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에 언어차이와 문화차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너임을 알고, 너를 사랑하는 나임을 서로 잘 알기에.


앞으로도 잘 풀어가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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