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디 7,700km ✈︎ 그래도 사랑하니까/노르웨이 : 180531~180830

노르웨이 일상 : 국제커플 -집에만 있는 나를 걱정하는 남자친구

노르웨이펭귄🐧 2018. 6.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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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일상 : 집에만 있는 나를 걱정하는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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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바군이 나에게 밖에 산책하러 나가자, 어디 구경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퇴사하고 사랑찾아 노르웨이로 떠나온 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이 휴식기간은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퇴사하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노르웨이로 온 나는,

지금도 알람 없이 아침 6시 30분에 눈이 떠진다. (물론 다시 잔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운 나인데, 바군은 너무 밖에 안나가는 내가 걱정되었나보다.


그리고 바군이 알바를 하고 오거나, 인터뷰를 보고 오는 등 잠시 외출을 하고 오면,

나는 그동안 뭐했는지 물어보는데, 나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걱정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스프링공책 한 권이 60크로네(약 8,000원)인 노르웨이.

아무생각 없이 공책에 낙서를 하고 뜯어서 버리려다가, 가격이 생각나서

얘로 뭘 할까 고민했다.


바군이 외출하고 나면 집에 혼자 있는 내가 돈을 쓸 일이 생기거나 할 까봐

카드를 주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카드를 어디에 뒀는지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종이로 카드 보관함 만들어서 문에 붙였다.








실험용 카드 투입해서 사진도 찍어보고 ㅋㅋㅋㅋㅋㅋ


그냥 대충 붙여서 만들어야지 했던 게 시작하고 나니 욕심이 생기고..

결국 애교로 하트 만들어서 색연필로 열심히 칠해서 만들었는데...

바군은 이런 내가 걱정이 되었나보다...












바군 집에는 달력이 없다.

탁상달력도 없고 포스터달력도 없고 그냥 달력 자체가 없다.

구글캘린더로 일정을 관리하기는 하는데, 나에게는 우리가 같이 확인 할 수 있는 달력이 필요했다.


바군 알바 시간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서,

넋놓고 놀고 있다가 갑자기 "헐! 나 알바가야 해! 늦었어!!" 라며 떠난 적이 몇 번 있기에...



지난 번 선풍기를 살 때 들고왔던 상자를 잘라 문에 붙일 달력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군... 집에는 달력도 없고 매직도 없고 네임펜도 없고 싸인펜도 없다.

풀도 스카치테이프도 없다..........





그럴 줄 알고 내가 혹시나~ 하면서 들고온 네임펜과 싸인펜, 스카치테이프, 붓펜으로...

열심히 달력을 그렸다.


나도 모르게 6월을 한자로 써버렸는데, 바군이 6A가 무슨 말이냐고......;;; 미안해..

영어로 다시 괄호치고 썼다.




저거 만들면서 2주 쓰고 버릴텐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끝내고 싶은 마음에 ㅋㅋㅋ 열심히 만들어서 끝냈다.










8,000원짜리 노트북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커플의 데이트비용 지출 방식은,

바군이 한국에 오면 교통카드부터 모든 것을 다 내가 비용 지불하고,

내가 노르웨이에 방문하면 내 교통비부터 모든 것을 다 바군이 지불한다.




근데 이번에 내가 3개월이나 노르웨이에 있게 되었고, 바군은 우리가 내년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

어쨌거나 바군 한 명의 수입으로 지내야 할 텐데 그 때 얼마나 소비해도 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했었다.


그 좋은 기회, 내가 제대로 정리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쓰다보니 욕심이 또 생겨서 영수증도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슬픈 사실은 아직까지 INCOME에 한 번도 글자를 써본 적이 없다는 것. :(









결정적으로는 내가 혼자 테네리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미안했던 것 같다.

바군이 놀러나가서 바쁜 것도 아니고, 할 일 있어서 바쁜 것이니

시간 많은 내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나는 전혀 불만스럽지 않은데...


우리 착한 바군은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틈날 때마다 같이 여행계획을 세우자고 말한다.






미안해하지마. 테네리페 가면 8일 동안 내내 네가 운전해야하는 걸. ;)



남이 보기에, 바군이 보기에 지루해보이는 노르웨이 집순이 일상생활이지만,

바쁘게 정신없이 일하다 이렇게 여유로움을 가져보는 나로써는 지금이 너무너무 행복하다.







+




 글 쓰다가 밥은 많이 먹으면서 움직이지는 않으니 소화가 너무 안되서..

혼자지만 어제 그 호숫가에 산책을 다녀왔다.









저녁 6시쯤 갔는데, 그래서 그런지 일 마치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제 바군이랑 갔을 때에는 평일 낮이라서 사람이 많이 없었던 건가 보다.



수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냥 휴식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분명 호수인데 해변처럼 모래도 있고 얕은 수심도 있어서

아기들도 수영복 입고 놀고 있었다.








어제 돌지 않았던 호숫가를 한 바퀴 쭉 돌기로 했다.

음악들으면서 산책하는데 조깅하는 사람들이 정말정말 많았다.


이 좋은 공간을 바로 앞에 두고 나는 왜 집에만 있으려는 미련한 행동을 했나 싶었다.









걷다가 오리가족을 발견했다.







엄마오리와 아빠오리가 맞겠지?

두 마리의 큰 오리 사이에 다섯마리의 새끼 오리가 졸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맑은 호숫가에 그대로 비치는 구름과 나무 그림자.


그 중간에 있는 귀여운 오리가족들까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조금 더 걸어가는데 또 다른 오리가족 발견!

오슬로 호숫가에는 오리가족이 많이 사나보다. 이번에는 10마리의 새끼오리가..







아빠오리인지 엄마오리인지 큰 오리는 한 마리 뿐이었다.

그래도 계속 뒤에 확인하며 열 마리 다 잘 쫓아오는지 챙기는 오리 모습이 사람과 같아 보였다.







이 오리가족들도 너무 귀여웠다.







저 작은 새끼 오리들에게는 이 호숫가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귀여운 오리 두 가족을 만나고 나는 다시 열심히 산책을 했다.









노르웨이는 이 멋진 경치 잘 감상하라고 좋은 뷰 포인트에 항상 의자가 놓여있다.

여기는 아예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여기 앉아서 도시락 먹으며 커피 한 잔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날이 그리 덥지는 않았는데 수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사진처럼 수영하는 강아지들도 많았다.





한국에서 너무 일만 하다가 와서 집에만 자꾸 있으려고 했는데,


그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던 시간들이 아까워진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에 나가서 이 여유로움과

이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더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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