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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일상 : Pride festival in Oslo -노르웨이 퀴어축제

노르웨이펭귄🐧 2018. 7.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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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일상 : Pride festival in Oslo


- 노르웨이 ver of 퀴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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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 Festival 이 오슬로에서 6월 30일 토요일에 있었다.


Pride Festival이란, 1979년부터 시작된 축제로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혹은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다.

한국의 프라이드페스티벌은 퀴어축제라고 부르는데, 2000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찾아보니 서울에서 퀴어문화축제가 4일 전인 7월 14일에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서 한국에서도 하는 지 이제 처음 알았다.




사실 오슬로에서도 프라이드페스티벌을 하는 것을 미리 알고 간 것은 아니었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지루해서 바군이랑 시내에 나가볼까 하면서 나갔던 날,

시내에 이런 괴상한? 곰인형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







곰인형은 귀여워야하는 거 아닌가...

뭔가 의미심장해보여서 바군에게 계속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바군도 잘 모르겠다고.........ㅠㅠㅠ 너 노르웨이사람이잖아...ㅠㅠㅠ





하지만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오슬로 시내 곳곳에 PRIDE라는 단어와 무지개빛 색깔들이 눈에 너무 많이 들어왔다.

이 때만 해도 나는 프라이드페스티발이 뭔지 몰랐다.


바군이 설명해줘서 알았다. 이런 축제가 있구나... 이렇게.. 크게 하는구나.









오슬로 시내에 TGI Fridays가 3개였나, 더 있나.. 아무튼 여러 개 되는데,

그 지점마다 이렇게 지붕부터 해서 칸막이까지 무지개빛깔로 바꿔놨다.








심지어 네셔널씨어터에도 프라이드페스티벌 깃발이 걸려있다.








오슬로 네셔널씨어터 전시도 프라이드페스티벌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오슬로 시청건물 앞에도 프라이드페스티벌을 알리는 무지개깃발이 걸려있었다.








PRIDE PARK라고 부스를 설치해서 클럽도 운영하고 음식들도 파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입장은 무료지만 안에 들어가서 음식을 사먹거나 술을 사서 마실 수 있다.


사실 이 날 들어가고 싶었는데, 신분증 검사를 한다 ㅠㅠ

내가 아무것도 안들고와서.. 아쉽지만 집으로 😓



그래서 다음 날에 신분증 단디 챙기고 나왔다.

사실 그 다음날이 퍼레이드 하는 날이었어서, 축제 메인코스가 있는 날이었기에 사람이 더 많았다.







이 날은 사람 많아서 그런가... 신분증 검사 안함...... 아 속상해 😫

아무튼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다른 점은 무지개무늬가 자주 보인다는 것.








요즘 미친 오슬로 현재 날씨. 날씨가 계속 좋아여...

이 날도 어김없이 좋은 날씨. 축제 즐기기 좋은 날씨니, 사람들은 더더더 많이 밖으로.



여기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그랬다.






프라이드페스티벌이라는 주제에 맞게 사람들의 의상과 꾸밈이 자유분방했다.

오히려 평범하게 입고 온 내가 이상해 보일 정도로.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다.

노르웨이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 본 거..... 작년 독립기념일 행사 이후로 처음이다.

사실 그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술 좋아하는 노르웨이 사람들.

대낮부터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술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쓱 구경하고, 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한국에서 어찌 지냈나 몰라...)

금방 빠져나왔다.


퍼레이드 시작은 1시라고 했고, 그 시간 맞춰서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구간을 확인해서 자리 잡기로 했다.








저 끝이 오슬로 왕궁이다...

저 작은 점들... 다 사람이다...... 여긴... 노르웨이가 맞다.....🇳🇴








우리는 칼요한슨거리 쪽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여기가 사람 제일 많은 것 같아서...

조금 뒷쪽으로 가기로 했다.








자리 잡은 사람들.

소방차도 와서 준비하고 있고.







우리가 뒤쪽에 위치해있다보니, 한 40분 정도를 기다리니 첫 시작을 알리는

말을 탄 여경찰 두 명이 등장했다.







이 뒤를 이어 프라이드페스티벌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정말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집단들이 모여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보통 큰 트럭을 타고 지나가면서 크게 노래를 틀고 춤을 춘다.















정말 흥이 장난아니다.









한 트럭이 지나가고 나면 그 뒤로 사람들이 줄줄 따른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것들만이 아니라, 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짚고 있었다.


예를 들면 여자처럼 화장을 하고 긴 머리를 하고, 치마를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있었고,

니플밴드만 하고 상의를 벗고 행진을 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행진을 따라가며 사람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는 그룹도 많았다.








강아지를 태운 자전거에도 깃발 두 개가 달려있다.








우리 뒤에 서있던 분들인데...

함성을 너무 열심히 지르셔서 ㅋㅋㅋ

다들 이렇게 하나씩 아이템 갖고 있는데, 우리도 샀어야하나... 싶었다는.









이렇게 현수막을 들고 시작하면서 새로운 그룹들이 시작된다.

정말, 정말... 엄청나게 많은 그룹들이 있었다. 내가 이 퍼레이들을 1시간 30분동안 봤는데도

끝을 보지 못한 채로 발길을 돌렸으니까.







사실 원래는 바군이 사진 같이 보면서 이 그룹이 무슨 그룹인지 해석해주기로 했어서..

같이 포스팅 하기로 하고 기다렸는데,

요즘 바군이 너무 바빠 기다리다가 내가 아예 이걸 잊어버릴까봐...

그냥 혼자 해석없이 한다...😫



















이 그룹은 연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악기 들고 멈춰서 연주하고 그랬다.









소방관들도 소방차 위에 앉아서 퍼레이드 구경...

















제일 정신없었던 그룹 ㅋㅋㅋㅋ







일단 트럭 꾸민 것부터가 난리가 남.

저 DJ가 엄청 클럽음악 틀면서 디제잉을 하는데 다들 신나서 방방 뛰고 정말 축제 그 단어 그대로였다.









게다가 이 그룹 사람들은 등에 이 풍선들을 달고 있었어서..

엄청 정신없었다능ㅋㅋㅋ
















간호사 그룹도 있었다.

이들 모두가 성소수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 추가

이 그룹은 터프한 남자들이 여성용 드레스를 입은 그룹이라고 함.








이분들 힐 신고도 춤을 너무 잘 추셔서... 놀랐다.








이 분은 잘록한 허리와 골반에 놀랐다.

완전 무대체질인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이 들었던 퍼레이드 ㅋㅋㅋ








나는 카메라로 사진찍고, 바군은 폰으로 동영상 찍어서,

동시에 갖고 있는 사진 동영상들이 많다 ㅋㅋㅋ

위의 춤 잘추시는 분들의 영상!





















군인 그룹들도 있었다.












저 비치볼은 계속 굴러다니고 위로 떠다니고 그랬는데,

버거킹에서 나눠준 비치볼 ㅋㅋㅋ


정말, 엄청나게 큰 행사구나 싶었다.









경찰 그룹도 있었다.











바군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그룹.

게이 그룹인데, 곰을 뜻하는 베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덩치도 크고 수염도 많고 몸에 털도 많은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바군은 이름만 듣고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꽤 유명한 그룹인 것 같았다.








호피무늬 옷을 두르고 가방까지 들고 등장하셨다 ㅋㅋㅋㅋㅋㅋ

와중에 양산을 가장한 우산은 레인보우 우산!













곰인형이.. 좀 무섭게 매달려있지만...;

이 분들의 외모를 봤을 때 남성성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게이라면 여성적으로 보이는 남자를 주로 떠올린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이 그룹 너무 귀여우셨다 ㅋㅋㅋㅋㅋㅋ 🐻







저 방망이도 너무 ㅋㅋㅋㅋㅋ귀여우심.












성소수자 페스티벌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가 이 퍼레이드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좀 더 넓은 범위로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사람을 표현하는 대명사를 들었을 때 생각하는 그 생각의 범위가 참 좁았구나 싶었다.







이 그룹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닐 수도 있다... 바군... 너의 도움이 필요해......ㅠㅠㅠㅠㅠㅠ)









익숙한 이름이 나와서 보니 FLYTOGET !

오슬로 공항으로 갈 때 이용하는 대중교통 브랜드이다 ✈️


















이건 오슬로에 있는 두 개의 대학교 단체 그룹.







노르웨이어 속에 둘러쌓여있다가, 발견한 영어 피켓.


"Homo-phobia has a cure : Education"



이 문구를 보고나서는 이들이 "성" 소수자로 보이기보다는 그냥 "소수자"들로 보였다.


나도 노르웨이에서는 소수자 그룹 중 하나인 아시안이다.

해외생활 하는 사람들, 특히 서양에서 해외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종종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건지, 영어나 노르웨이어를 내가 못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노르웨이에서 아직까지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쨌든,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못 배운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Homo-phovia가 내가 느끼는 인종차별자의 느낌이겠지.














상큼한 그룹도 만났다.




















여기까지 보고 이 날 바군의 친구가 초대한 홈파티에 가야했기에... 집으로 향했다. 🙄









T-bane타러 가는 길에도 계속 되는 행진들.












처음 경험해보는 프라이드페스티벌이었고,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퍼레이드를 구경했는데,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뭐랄까.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에 변화를 준 경험이었다.


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들을 보면 "힘들겠다.", "어렵겠다." 는 생각이 드는 정도.






사서 걱정하는 타입인 내가 바군에게 언젠가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만약에 우리 자식이 동성애자이거나, 트렌스젠더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할거야?"




한국은 노르웨이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고, 나는 한국에서 자랐고 바군은 노르웨이에서 자랐다.

노르웨이 사람인 바군의 대답은 당연히(?)



"그러라고 해야지."



너무 쿨하게... 대답하는 그..🤔


나는 왜 쿨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 이유는,

'내 자식이 살아갈 인생이 걱정되서.' 였다.


성 소수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얻어온(그리고 여전히 얻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들을

당사자가 아닌 내가 지켜봤을 때에도 얼마나 힘들고 고된 길인지 알 수 있었기에.

내 자식이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나는 운이 좋아 내가 여자인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여자이고,

나는 운이 좋아 남자에게 관심을 갖고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자이다.

나는 운이 좋아 여자에게 관심을 갖고 여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있다.


사실 운이 좋다는 표현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쨌든.





내가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면서 여자인 것이 어려움이 되었던 적은 없었다.

여자인 내가 남자에게 관심을 갖고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려움이 되었던 적은 없었다.

여자인 내가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에게 관심을 갖고 여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있는 지금.

그 상대가 "외국인" 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있는 이 곳이 "외국" 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다.




요즘 우리의 미래를 그려가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국제연애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딱 그 시기에 Pride festival의 퍼레이드를 보면서

'이들은 나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겪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겪겠구나...'

는 생각이 들며 뭔가 마음이 찡하고 그랬다.




노르웨이가 아니라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경험했다면 같은 생각이 들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퀴어축제 관련한 기사를 보니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퍼레이드 도로에 드러눕는 등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는데,

오슬로 프라이드 페스티벌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퍼레이드 행렬에는 교회 단체도 있었으니까.




그저 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인정해야하고, 인정하지 말아야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이들은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이들이 겪어온,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이미 많은데도 앞으로도 겪을 어려움들이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 마음아팠다.



이 날의 프라이드 페스티벌은 나에게 그런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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