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의 끄적임

나에게 2017년 4월 9일은...

노르웨이펭귄🐧 2018. 4. 20. 21:25


2017년 4월 9일
나에게 너무 소중했던 담비가 세상을 떠난 날

그리고 ,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을 처음 만난 날



아이러니하게도,
바군과 내가 처음 만난 날이 담비가 떠난 날이다.

심지어 우리는 처음 만난 날이 기념일이라,
올해 일주년 기념일을 축하하지만, 오늘은 담비가 떠난 지 일주년 된 날이기도 하다.





담비에게 참 고맙다 -
언니가 너 없으면 힘들 거 아니까
이 사람을 만나게 해줬구나.

이 날까지 기다려줬구나.
담비 네가 언니한테 주는 마지막 선물이구나.







나는 작년 3월 24일 00:55 비행기로 한국을 떠났고,
이후 108일을 유럽에 있었다.



108일 중 나에게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소중했던 날.
2017년 4월 9일.
여행 17일째 있었던 일이다.





< 작년 4월에 썼던 글을 다시 가져왔다. >


“17년 4월 9일 일요일,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담비가 떠났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 행복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떠나고 난 후 비행기에서도, 네덜란드에서도, 아이슬란드에서도, 노르웨이에서도, 폴란드에서도,
그리고 8일에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왔을 때도 나는 계속 행복했다. 그리고 이 날도 역시 행복하기로 계획되었던 날이다.


 8일 새벽, 잠이 오지 않아 동생에게 담비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냥 갑자기 담비가 보고 싶었고, 한국 시간으로 아침이었던 동생은 마침 담비가 옆에 있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여전히 귀여웠고, 여전히 사랑스러웠으며, 여전히 보고싶고 그리운 담비였다.
 동생은 담비가 그 전날까지 밥을 통 먹지 못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이 더 잦아졌다고 했었다. 
너무 불안했지만, 이 날은 밥도 잘 먹었고 화장실도 잘 갔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었다


 담비는 2017년, 올해로 열 다섯 살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태어난 지 두 달 됐던 담비가 우리 집으로 왔고, 그 이후로 계속 우리 가족과 함께 했다


 담비는 정말 똑똑한 강아지였다. 
배변판 없이도 2-3개월만에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가렸고, 
친척 집이나 펜션 등 낯선 장소에서도 "담비야, 여기가 화장실이야."라고 알려주면 실수 한 번 없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다. 
만약 사람이 안에 있으면 화장실 문 앞에 서서 낑낑대거나 주변을 서성이며 '나 화장실 가고 싶어.'라는 표현을 했다. 
심지어 차로 이동 중일 때에도 담비가 낑낑대서 차를 세우면, 꼭 볼 일을 봤다


 그리고 담비는 정말 깔끔한 강아지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문 앞에 깔려있는 발판에다가 뒷 발을 "탁! 탁!" 소리내며 닦고, 앞 발로 엉덩이를 발판에 끌며 엉덩이를 닦기도 했다. 
화장실 바닥에 물이 있으면 피해서 볼일을 보고, 또 본인 볼일은 절대 밟지 않는 깔끔한 강아지였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하고 실수 한 번 안하던 담비가 올해부터 한 두 번씩 이불이나 방에 실수를 했다. 
사실 우리는 그 전부터 담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담비의 주특기였던 높이뛰기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고, 산책을 하면 금방 숨을 거칠게 쉬며 지쳐했으며, 15년 동안 잘 먹던 사료도 더 이상 이전처럼 잘 먹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도 폴짝 뛰어 내려가던 담비는 이제 계단이 없으면 침대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내가 열 네 살때 담비를 처음 만났고, 나는 지금 스물 여덟이다. 내 인생의 반을 담비와 함께 해왔다. 
담비가 우리 가족 4명 중에 나를 서열 4위로 생각하는 것을 알아도, 담비가 나를 물어도, 내가 애타게 담비를 부를 때 담비가 들은 척도 안 해도 언제나 나는 담비를 사랑했다


 사실 이번 여행을 떠나면서 담비가 가장 걱정됐다. 
혹여나 내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담비가 없을까봐. 떠나기 전에 봤던 기운없으면서도 여전히 나를 보면 으르렁대는 모습이 설마 마지막일까봐
 담비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도 컸지만, 솔직히 말하면 담비가 없는 나의 일상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담비가 떠난 지 일주일도 더 지났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담비가 보고 싶다
 9일 날 노르웨이에서 나는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가기 직전에 엄마로부터 온 카톡 메시지와 사진을 확인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서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영상통화를 할까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엄마랑 음성통화를 했다. 
정말 너무 너무 슬프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아빠랑 엄마가 모두 집에 있을 때, 담비가 외롭지 않게 아빠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담비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지 못 했기 때문에(혹은 안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담비가 우리를 떠나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기도 하다

 모르겠다. 내가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어떤 마음인지.. 
그저 확실한 것은 내가 한국에 가더라도 더 이상 담비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왠지모를 불안감에 23일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담비와 인사를 나누며 촬영했던 그 동영상이, 그 동영상에 담겨있는 담비의 그 모습이 나에게 담비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이제 담비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리고, 담비 말고도 나를 계속 걱정하게 하는 그 친구가. 이제 주변 사람들 걱정 그만시키고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담비는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였지만, 아직 우리는 젊고, 세상은 넓으며, 그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해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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