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의 끄적임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을 신경쓰는 내가 싫을 때 읽는 글

노르웨이펭귄🐧 2018. 7. 7. 18:30



 SNS는 사람들의 행복한 단면만 보여주는 경향이 많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도움이 필요할 때 말고는.



 몇 개월 전에 봤던 "언프리티소셜스타"라는 영화를 보면서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하는 영화 캐릭터들의 일상들이, 진짜 그들의 일상이 아니라 가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자랑하고 싶은 일 있을 때나 이벤트 참여할 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글 올리니까.


 그래서 내가 블로그에 후기를 쓸 때 최대한 솔직하게 쓰는 이유다.

 다들 좋았다던 디뮤지엄 weather 전시회도 난 별로라고 썼는데 다음 상단에 뜨고, 다들 맛있다던 스타벅스 바닐라콜드브루도 나는 넘 달다고 다시는 안 사먹을 것 같다고 썼는데 다음 상단에 떠서 좀 민망하지만ㅋㅋㅋㅋㅋㅋ 별로인걸 별로라고 말해야지 그럼 어떡해...





- 몇 년 전에 네이버블로그를 했었는데, 그 때는 가끔씩 업체에서 제공받아 뭐 체험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랬었고, 댓가로 리뷰를 썼어야했다.

거기서 제공을 해줬으니 리뷰를 좋게 써야한다는 규칙은 없었지만 좋게 쓸 수 밖에 없는 압박감이 항상 있었다.


-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빨간색인데 다른 사람들은 빨간색이 너무 이상하다며 왜 사는 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니 빨간색을 사면 나도 이상하게 보일까 봐 사지 않았던 적이 있다.


-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일까 봐 다른 메뉴를 먹었던 적이 굉장히 많았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적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나는 걱정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 항상 사소한 걱정을 하다가 큰 것을 놓쳐왔다. 그리고 그 큰 것을 놓치고 나서 후회하고 다음 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왔다. 내가 솔직하게 느낀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까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며 그 것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그 날들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진다.


 왜냐면 지나고보니 내가 신경썼던 그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고 나를 안 좋게 볼 사람들은 내가 뭘 하든 안 좋게 볼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 걸 작년에 처음으로 혼자 해외로, 유럽으로 떠나면서 느꼈다. 이 때에도 여행을 가지 않는 선택이라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 뻔 했다. 그 이유는 정말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사소한 걱정, 그리고 다시 생각해도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 때 "작은 것을 보다가 더 큰 것을 놓친다."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남 신경쓰며 내 인생 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바군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감정을 인천공항에서 네덜란드로 떠나는 KLM비행기를 바라보며 느꼈다. 이 감정을 느끼고 나서 그 여행에서 얻은 혹은 얻게 될 것들 중 가장 큰 것을 이미 얻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속이 후련하고 행복했다.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을 더 많이 신경쓰느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작년까지의 나를 돌아보며,

그 모습이 얼마나 미련했는지 깨닫고 이제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며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끄적였던 글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신경쓰여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다시 마음 정리할 수 있도록 기록해둬야지.








2017년 3월 24일 새벽 00시 55분,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감성이 기질 발동하여 끄적거린 글.








 최근 몇 일 동안 집 정리하랴, 짐 싸랴 정신없이 바빴는데, 비행기에 10시간 째 있다보니 이제 정말 떠났구나 싶다.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낯선 땅에 간다는 것은 걱정의 아이콘인 나에게는 참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을 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한다!! (내가...!! 🙊)


 뭐가 그리 걱정됐었는 지 마음이 항상 불편했는데, 현재 마음은 편하고 몸이 불편해서 그런지 고마운 사람들 생각이 자꾸 난다!


 그동안 잘 몰랐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인복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최근이었다. 안 좋게 볼 사람은 내가 어떤 좋은 일을 해도 안 좋게 볼 테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ㅠㅠ 내 사람들에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나에게는 본인이 떠나는 것 같다며 내 여행을 나보다 더 기대하고, 주말 밤마다 3-4시간씩 내 계획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엄마가 있다. 엄마랑 얘기 나누고 잠들면 내 방에 용돈을 놓고 가는 아빠도 있고, 비록 생활패턴 차이로 인해 얼굴은 제대로 못 봤지만 ㅋㅋㅋ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동생이 있다. 그리고 우리집 최고 연장자지만 최고 동안인 담비도 어제 아침 잠깐이지만 내 옆에서 잠을 청해주셨다 💕


 또, 내가 몇 달을 있겠다고 해도 반겨주고 집에 다 있다며 아무것도 들고오지 말라는 이모가 있다. 내가 한국을 떠나는 날(혹은 유럽 도착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매일같이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있다. 공항 리무진 끊긴 것도 모르고 여유부리며 전철 타고 가던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며 선뜻 공항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 날 까지 내 안전을 우리 엄마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짐을 싣고 태워다주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족발과 술을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며, 내가 영어공부에 (잠시)꽂혀있던 동안 열정적으로 영어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고, 소주를 그리워 할 나를 위해 소주 팔지도 않는 곳에서 소주를 맛 보게 해준다는 사람이 있고, 술 마시고 싶다고 하면 나 있는 곳까지 와서 술을 사주는 사람이 있고, 날 보러 4시간 거리를 달려오는 사람이 있고, 나 때문에 매주 족발을 먹어주는 사람이 있고, 술 취한 나를 걱정해 우리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 있으며, 축알못인 나에게 짜증 한 번 없이 열심히 축구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있고, 백수생활 하는 동안 내 걱정하며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기프티콘 보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정말 감사해요.. 사치부리 듯이 이 카페 저 카페 원 없이 갔어요 🙈).


 1월부터(혹은 10월부터), 내 걱정을 하며 연락주고 챙겨줬던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내가 떠나는 날을 기억해서 연락주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그리고 연락은 못했지만 속으로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며, 나의 쓸데없는 끄적거림에도 관심을 갖고 여기까지 읽어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다 😋 그리고 마지막까지 참 감사하게도 장시간 비행에 내 옆 자리는 비어있으며, 빈 자리의 옆 자리인 네덜란드 남자분은 키가 2m가 넘고 친절해서 내가 내 짐을 짐칸에 넣으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나 대신 짐칸에 넣어줬다 :)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데, 왜 그렇게 안 좋은 것들만 생각하며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무 목적도 없이 떠나는 여행길이었는데 낯선 땅을 밟기도 전에 하늘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참 기쁘다. 앞으로 나는 더 좋은 것들을 볼 테고, 나에게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좋은 것들만 생각할테니까!


 핸드폰은 정지를 했고, 이제 나에겐 한국 번호가 없어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지 못한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중요한 연락 오면 어떡하지ㅠㅠ 하면서 걱정하고 있었지만ㅋㅋㅋㅋㅋㅋ 정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야겠다 :)



 그리고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담비가 나랑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한 것.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걱정되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담비야 힘내 💕




 이제 나의 꽃봉오리를 피우러 출발해야겠다! 🌷